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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는 이야기

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 다려와서

by 체리 2009. 5. 27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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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학생이다. 30살이 다 되어가도록 아직도 학교에서 머물고 있는 학생이다.
다행히도 내가 있는 학교의 학생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마련하였다.
서거 이후 몇일간 과거의 노대통령의 사진들과 말씀들과 글들을 보면서 참 많이 울었다..남자녀석이 -_-;

처음 나에게 첫 선거권이라는 것을 행사할 수 있었을 때 난 군대에 있었다.
사실 내가 있었을 당시 내 주위의 분위기는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이 꽤 많았었다.
하지만 난 내 소신이 있었기에 그를 믿었고 그를 찍었고 그를 당선시켰다.
보잘 것 없는 나의 한표가 노무현이라는 정치 기반이 부족했던 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었다는 것에 매우 뿌듯했었다.

밤에 선거 개표를 지켜보면서(다행히도 부대에서 볼 수 있는 여건이었다.) 내심 불안했었다.
다들 알고 있다시피 막판 역전극으로 당선되었으니..
아무튼 당선이 확정되고 난 정말 기뻤다.
그동안 매체를 통해 보아온 그런 정치인이 아닌 정말 참신한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았고, 그가 우리나라를 바꾸어 줄 것이라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.
비록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...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쳤다.
물론 내 생각일 뿐일지도 모른다. 당시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에..
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각도, 내 생각도 그러했다. 역사가 평가해 주리라..

생각해 보면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.
직접 그 분에게 한표를 던질 수 있었으며 그 분과 함께 숨쉬었고 그 분이 세상을 등지는 그날까지도 같이 숨쉬고 있었으니까.

그 분이 서거하시고 창피하지만 이제서야 향을 피워 올리고 절을 올렸다.
그렇게도 사람들이 그 분을 손가락질 할 때 성질 내면서 항변하던 녀석이..
서거하시고 나흘이나 지난 후에..겨우 인사를 드리다니..

지난 몇일간 그 분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눈물 짓던 녀석이 그 분의 영정 앞에서는 눈물도 나오지가 않았다.
그 분의 영정을 보았을 때, 머리 속이 하얗게 되어 버렸다.
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.
단지 단 한마디. 죄송합니다...죄송합니다...이 말만 머리 속에 맴 돌았다.
절을 올리고 잠시 묵념을 했다. 그동안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모두 털어버리고 싶었다.
하지만 떠 오르는 한 마디는 죄송합니다. 그 뿐이었다.

이제 집에 돌아와서 이런 글을 끄적거리고 있다.

노대통령님,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.
비록 작은 저이지만 당신이 이루려고 하던 것을 저도 이루도록 하겠습니다.
전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.
그리고 죄송합니다. 죄송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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